일상

[일기] 깨달음

텔레울로스 2024. 5. 31. 07:40

서론: 참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이곳은 내 공간이니까..!

 

새로운 곳을 가면 늘 주변 사람들이 많이들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적응하느라 고생이시죠?" 뭐, 진심이든 인사치레든 당연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라는 사람에게 적응이란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어딜가도 그에 따라 잘 지내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있는 탓일까, 아니면 나만의 목회관이 정립된 탓일까, 이것도 아니면 이전 삶에 따른 반발심인 것인가? 여전히 적응(?!)되지 못한 영역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목적성 있는 전화였다.

 

물론 그 목적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최우선적인, 분명한 이유. 바로 사역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니까. 그러나 그 목적 이면에 성도가 가려지는 것이 내겐 걸리는 지점이었다. 물론 스킬적으로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별 일 없으시죠? 강건하시죠?' 그러나 이런 안부는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다한다 하더라도 결국 목적을 위한 발판,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한쪽 구석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이에 난 늘 잘하고 있는 성도들에게 굳이 전화하기보다는 이럴 때 평소 케어가 필요한, 더더욱 관심이 필요한 성도들에게 연락을 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래서 남는 결론은 어떠한 목적에 따른 결과값, 즉 통계가 늘 다른 교구보다 보편적으로 뒤 떨어졌던 것이다. 처음엔 '뭐, 괜찮아. 내가 이상한 것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니까'라며 나름 자위하며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 행축을 준비하며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의 태도는 그저 자기 합리화였다는 것을, 엄연히 말해 나의 교만이었다는 것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교구식구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리더에게 문자가 왔다. '목사님, 저희 교구 태신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순간 당황했다. 그 분은 분명 있는 그대로의 수치를 나에게 보고해주셨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분이 무언가를 대충하는 분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분명했다. '아무도 없다.' 사실 충격이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잠깐 망설였다. 당황했다. 그나마 육성으로의 통화가 아니라 문자였기에 그런 나의 감정이 드러나진 않았을테지만,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역적으로 아무 것도 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었다. 내가 어리석음을 인정한 때가.

 

그렇다. 교회가 세워나가야 할 영혼은 약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약자가 주가 되는 것이지, 약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믿음 좋은 자라하여 그들에게 목자가 필요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믿음 좋은 자 또한 결국 '양'이기에, 계속해서 격려하고 세워감으로써 그들을 통해 또 다른 열매가 있게 하는 사역을 함께 해나가야 했던 것이다. 교회 안에는 믿음이 굳건한 자, 믿음이 연약한 자, 믿음 없는 자. 다양한 계층이 있었던 것이다..! 이걸 놓치니 교회의 방향성에 대해 온전히 이해치 못했고, 그러니 리더쉽의 명료한 리드에 녹아들지 못했던 것이다. 주여..

 

물론 (자기합리화를 위한 것이 아닌)나 스스로에게 대해 이해는 한다. 내 시선이 보통 약자에게 더 많이 쏠리긴 했었기에,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하나님께 은사를 받았기 때문에.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은사와는 분리해야 봐야 했다. 왜냐하면 하나님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담임목사님과 교회의 방향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저 순종하려 한다. 결국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주님, 여전히 갈 길이 멀었네요. 나의 생각으로 가득 차 교회의 방향성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떨 때는 불평으로 반응했던 저를 용서하여 주소서. 이곳에 오게 하신 목적과 이유가 있는 줄 압니다. 여전히 깎이고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 과정이 마냥 고통과 고뇌로만 가득차기보다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깨닫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령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내 자아를 철저히 내려놓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목회철학을 온전히 쌓아가는 지혜 가득한 시간들이 되게 하옵소서. 앞으로의 모든 일정을 기대하오며, 살아계신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