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oulos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 본문
207-213p. 많은 교회에서 주일모임을 자제하기로 결정한데에는 이웃과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정신이 앞서며 ⋯ 무엇보다 그로 인해 교회의 이미지가 이 사회에서 실추되지 않게 하려는 교회에 대한 사랑이 짙게 깔려 있는 것입니다. ⋯ 비록 견해가 대립될지라도 서로의 입장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각자 나름의 확신을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의 견해를 절대화하여 서로를 정죄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혐오와 반목의 바이러스입니다. ⋯ 교제가 심각하게 결핍된 현대 교회에서 가상공간은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유익이 있습니다. 동시에 그 한계는, 육체적으로 함께 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교제하는 것이 인격적인 실체에 접촉하지 못하는 가상적 만남의 차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 우리 육체는 우리 인격이 밖으로 표출되어 타자를 대면하고 접촉하는 자아입니다. ⋯ 교회가 이런 기술문명을 지혜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편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염확산을 막음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주님과 교회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는 동기로 우리가 흩어져 예배드린다면, 우리의 마음과 상황을 잘 아시는 성령께서 온라인을 특별한 은혜의 매체로 사용하실 것입니다. 또한 온라인이 출타나 입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회에 오지 못하는 교인들이 주일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 그러나 모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음에도 게으름이나 편리주의에 빠져 모이기를 폐하고 영상예배로 때우는 것은 주님이 받으실 수 없는 불성실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예배가 될 수 있습니다.
214-216p. 제임스 스미스는, 매주 반복되는 예전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며 추구하는 습관과 성향을 우리 몸에 아로새김으로 우리의 행동과 삶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우리를 형성해간다고 했습니다. ⋯ 예배하고 교제하는 가운데 우리는 함께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어갑니다. ⋯ 예배로 모여 성령으로 충만한 성전을 체험해야 세상에 흩어져 그 은혜를 흘려보내는 이동성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예배로의 부르심과 세상으로 보내심이 성령 안에 하나로 연합되어 있습니다. ⋯ 모임과 흩어짐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에 대한 우리의 응답으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교회의 두 축입니다. ⋯ 우리가 모여서 행하는 예배와 교제, 성례, 봉사, 양육은 궁극적으로 교회 안에 갇힌 신앙이 아니라 흩어지는 교회의 미션을 지향합니다. ⋯ 그동안 우리 교회가 과연 하나님의 가족으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전으로 기능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220-221p. 재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성급하게 예단하거나 특정 국가나 민족, 혹은 지도자를 정죄하기 이전에 신적 개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 성도는 지구촌 전체의 인류애를 가져야 하고, 개인보다는 공동체적 차원의 태도와 행동을 해야 합니다. ⋯ 전염병과 같은 재난의 때에는 국적과, 종교, 지역을 뛰어넘어 위기에 처한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도와야 합니다.
222-223p. 예배와 기도는 어떤 경우도 중단될 수 없으나 극난한 지역이나 도시에서는 한시적으로 가정예배나 인터넷예배와 같은 방식으로 얼마든지 예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와 신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신앙고백서 제21장 ‘예배와 안식일에 관하여’에서 공인역은 ‘기도를 비롯해서 예배의 어떤 부분도 신약시대에 와서는 그 어떤 특정 장소에 매일 필요가 없다. ⋯ ’라고 합니다. ⋯ 또한 대요리문답 제117문에서 정규적인 주일예배에서 예외를 ‘부득이한 일과 자선사업에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 대요리문답은 주일예배에서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 놓고 있습니다.
224-228p. ⋯ 시민으로서의 성숙한 태도로 교회의 지도와 국가의 방역대책과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 오히려 적극적으로 국가와 협력하여 이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데 가장 앞장을 서며, ⋯ 공교회의 건강함을 보여주며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교회에서 말씀의 검으로, 국가에서 위정자의 검으로 역사하십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따라서 개혁교회의 성도는 신자로서 교회의 신앙지도를 따르고, 동시에 시민으로서 국가의 보건과 방역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 만일 우리 이웃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에 적합한 것을 제공하고 예방함으로써 그 일을 신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전염병의 상황에서는 너무나 기력하고 무능하기까지 합니다. ⋯ 과거인류가 흑사병에 대해서 숙명적인 태도였다면 현대인류는 도전적입니다. ⋯ 그러므로 전염병과 같은 재난의 상황에서 우리는 비참에 대한 성찰에 도달해야 합니다. 설교자는 재난 앞에 선 인간의 비참과 한계를 가르쳐야 하고, 목회자는 성도들을 겸손과 겸비로 이끌어야 합니다. ⋯ 성도들은 재난 가운데 겸손과 겸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본서는 분야와 교단을 막론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교회와 성도들에게 교훈과 위로를 주는 것을 목표로 기획&제작되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적은...”
어느 날 밴드를 돌아보다가 보게 된, 눈에 확 띠는 색감의 표지. 흔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것저것 보게 되듯이, 그저 그런 호기심으로 확인했던 서적이 바로 본서였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본서의 발견은 호기심 이상의 왠지 모를 설렘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내가 본 글에는 ‘출간예정’이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 이후 줄곧 본서가 생각날 때마다 갓피플에 검색을 했으나 여전히 출간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나마 본서의 출간 날짜가 적혀있는 예전의 글을 확인한 이후, 나름의 기대감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또 다른 글에는 출간 날짜가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적혀 있어 적잖이 실망하게 되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여느 날처럼 갓피플에 본서를 검색했더니 딱! 구매가 가능한 상태였다. 이후 나는 본래 구매하려 했던 여러 서적과 함께 본서를 주문해 손에 쥐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본서는 교단을 초월한 신학자들과 의사가 공동집필했다. 무엇보다 신학과 의학이 함께 담겨 있음에 신선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생각보다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본서는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첫 장에서 전염병에 대한 신학과 의학의 입장을 다루고 다음 장(2~4장)부터는 신학적인 관점에서만 다룬다. 사실 본서 겉표지에 ‘국내 유수의 신학자와 의사가 위기 속 교회와 성도에 전하는 교훈과 위로’라고 하여, 신학과 의학이 나름의 입장을 치열하게 대변하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의학과 관련된 글은 첫 장의 일부분에 국한 되어 있다. 물론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생각보다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음이 특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마저 읽는 내내 ‘무슨 말을 하는거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을 논하자면, 각 글들이 생각보다 너무 중구난방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4개의 장 안에 19개씩이나 되는 주제의 글을 모두 다른 작가들이 썼다는 점에서 깔끔한 통일성을 갖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각 작가들마다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을 볼 때, 최종적으로 탈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급박하게 출간한 티가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내용적으로 볼 때, 2장 ‘성경에서 말하는 전염병’같은 경우 큰 장에 비해 그 내용이 너무나도 비약했다. 물론 성경 자체에서 전염병에 대한 구체적인 사건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이 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내용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교회사적으로 볼 때, 믿음의 선진들의 모습 속에서 도전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 앞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이 된 점은 현재 담임사역을 하고 계시는 분들(박영돈목사, 임종구목사)의 글이었다. 실질적인 주제(코로나19 사태와 예배, 전염병과 성도의 신앙생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용이 본서의 주제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위에 기록한 것 또한 끝 부분 두 장의 내용들이다(16, 17장). 박영돈목사님은 ‘그래서 이 시대 예배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신학적이면서도 실천적인 답을 균형 있게 주고 있으며, 임종구목사님은 장로교의 지침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대요리문답’을 인용하여 그리스도인으로써 어떻게 노력하고 고민하여 신앙생활을 해야 할지 그 모범을 보여주셨다.
비록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들을 많이 논했으나, 그럼에도 분명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본서에서 박영돈목사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지금은 교단과 분야를 막론하고 공동체적으로 함께 으쌰으쌰하여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시점인데, 그러한 면에서 본서의 출간은 그 자체로 모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신천지로 인해 기독교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이 범국가적으로 퍼져나갔는데, 이러한 연합의 모습은 이단들의 어리석음을 ‘선’으로 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된다. 덧붙여 본서의 집필목적처럼, 성도의 교회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립해나가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된다. 아무쪼록 많은 독자들이 본서를 통해 내가 누린 그 이상의 은혜를 누렸으면 좋겠다.
'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Part) (0) | 2021.03.15 |
---|---|
글쓰는 그리스도인 (0) | 2020.05.26 |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 (0) | 2020.04.25 |
니고데모의 안경 (0) | 2020.04.13 |
용기있는 기독교 (0) | 2020.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