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oulos
[동행일기] 일상의 고귀함 본문
소제: 세 번의 깨달음
1) 장례
우리 교구 집사님의 어머니께서 소천하셨다.
워낙 평소에 뵙기 어려운 집사님인지라 어떤 면에서 이번 장례는 나에게 기회였다.
매사에 적극성을 넘어(?!) 강권의 스타일이신 목자 권사님과 예배의 자리, 양육의 자리를 강권하며
홀로 신앙생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공동체로 들어오실 것을 말씀드렸다.
집사님께서는 자신이 교회에서 진행되는 활동에 워낙 소극적인 것을 아셔서 그러신 건지
강권에는 부담스러워하시면서도 장례를 집례하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눈물을 흘리시며 감사의 마음을 표해주셨다.
그리고 그 마음은 물질과 함께 나에게 전달이 되었다.
금액을 떠나서, 봉투를 받고 한동안 머릿 속에 생각이 가득 채워졌다.
'아.. 하나님께서 이렇게 또 먹이시는구나..'
특별히 현재 재정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민감한 상황이다보니
이러한 마음, 물질이 나에게 주시는 또 다른 기회로 여겨져 하나님께 참 감사했다.
2) 심방 같은 회의
곧 전도대가 개강함에 따라 팀장의 역할마저 맡고 계신 부교구장님과 공식적으로는 회의시간이자,
비공식적으로는(?!) 심방과도 같은 시간을 가졌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권사님께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거침없이 쏟아내셨다.
현재 맡고 계신 소그룹의 영혼들 이야기, 그 가운데 자신의 현황 나눔, 앞으로의 결단의 일부분,
그리고 교회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묵상 나눔까지,
'요즘 무슨 일 있으신가?', '요즘 다른 곳에서 마음 나눌 곳이 없으신가?'
싶을 정도의 생각까지 들 정도로 속사포(?!)로 깊이 있게 나눠주셨다.
여러 나눔 속에서도 마음 가운데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은 바로 교회의 본질 추구였다.
권사님께서는 분명히 알고 계시다. 교회가 추구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가.
물론 사람마다 본질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해석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볼 때 권사님의 해석은 나와 흡사한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교회론에 대해 다시금 고민의 불을 지펴주신 권사님,
평소 권사님과의 교제 스타일이나 교역자 수련회를 다녀온 직후라는 시기를 두고 볼 때
결코 한 번의 교제로 그냥 넘어갈만한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3)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대자연의 환상
우리 목자 분 중 한 분이 무려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셨다.
평소 여러모로 도전이 되는 분이신지라 들이대는 마음으로 방문하겠다 말씀드렸고,
그렇게 작게나마 마음을 담아 사업장으로 찾아갔다.
워낙 거침없는 입담을 가지고 계신 분이신데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어찌나 맛깔나는지,
(내 기준)정말 세상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을 다녀오셨는데
트랙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치 꿈의 무대와도 같은 곳 P.city(약자)라 하셨다.
그러면서 반복, 또 반복해서 쓰시는 단어가 하나 있다면 바로 '대자연'이였다.
멕시코부터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무려 6개월이라는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자유 트랙킹 코스로,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정말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중에 아내와 꼭 가보라고 하셨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도 있지만 정말 세상은 넓고 하나님의 광대함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자연법을 읽고 있었기에 더더욱 느껴지는 부분이 컸으리라... 하하하)
이런 교제를 하고나니, 재정도 재정이지만 잘 아껴두었다가
정말 자연을 통한 광대한 하나님을 누리는 것만큼 또 값진 게 있나 싶었다.
그러면서 결단하기론 '그래.. 다음엔 꼭 오로라를..!(결혼 10주년에 호주에서...)'
마무리하고 일어나는데 집사님께서 챙겨주신 포도(거봉) 한 박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나누는 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먹고 싶었는데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내의 고백을 듣고나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하나하나 하나님께서 입혀주시고 채워주시는 것을 유독 더 많이 누린 하루가 아니었다 싶다.
그렇게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도 오직 은혜였음을,
동시에 내일도 일상 가운데 더 깊이, 민감하게 하나님 누리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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