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oulos
고귀한 시간 낭비 본문
교역자가 된 이후, 약 1년 6개월 동안 정신없이 사역을 배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어느새 무엇인가를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 여유라는 것은 무작정 행하는 사역을 넘어 생각을 할 수 있는 정신을 주셨다는 것이다. 2017년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음으로 답을 주셨으며, 이후 ‘개혁주의가 무엇인가?’로 그 화제가 넘어왔으며 다음으로 ‘예배란 무엇인가?’로, 그리고 최근에서야 예배에 대한 질문을 마무리하고 ‘설교란 무엇인가?’로 넘어오게 되었다. 본서는 필자가 예배에 대한 생각을 마무리 할 때쯤 생각지도 못한 방면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예배와 예전”과목의 소논문을 작성하고 있을 때, 한 논문에서의 한 줄 인용이었다. 그 논문에서 각주를 단 본문의 인용구는 이것이었다.
“진정한 예배란 하나님을 높이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나님의 무한한 광휘에 완전히 잠기는 것이다.”
필자는 이 한 문장에 완전히 매료되어 곧바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검색한 후, 신중치 못한 태도로(?!) 본서를 구매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필자가 듣는 수업 강의안에서도 이 문장이 인용되었었다).
본서의 저자는 마르바 던(Marva Dawn)으로 약함의 영성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21세기 영성신학자라 불린다(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별명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으로, 십대 시절부터 시작된 질병으로 지금은 몸이 망가져 날마다 서른다섯 알의 약을 복용할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스펙에도 그녀는 현재 캐나다 벤쿠버 리젠트 칼리지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세계 곳곳을 다니며 왕성하게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여러 후기에서 그랬듯이 먼저 본서에 대한 한줄 평을 남기자면(지극히 서평일 뿐, 평가가 아니다), “완전 대박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한줄 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필자는 본서를 통해 엄청난 유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본서는 이제 신학교 한 학기 과정을 남겨놓은 필자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서적이었다. 쉽지 않았다는 표현은 내용 자체가 어렵다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필자 개인적으로)정독을 해야만 저자의 의도를 깊이 파악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본서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❶상당히 논리적인 동시에 저자의 깊은 속마음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감성이 돋보인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예배에 대한 저자의 전제는 인간의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화와의 적절한 조합이었다. 목차에서 보여 지는 논리적인 저자의 리더쉽은 본서 안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특별히 독자의 입장에서 호감이 갔던 점은, 논리성을 결코 잃지 않으면서 호소력 있는 저자의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문체가 ‘감성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분석에서 드러난 현실의 안타까움 가운데 외치는 마음의 호소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❷교육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그의 삶에서 직접 나온 것이기에 상당히 현실적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본서의 독자는 기본적으로 예배를 준비, 인도하는 목회자라 할 수 있겠으나 평신도 또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목적으로 집필한 것 같다. 아무래도 저자나 필자나 둘 다 목회자이기에 필자의 입장에서 더 와 닿았을지 모르겠지만, (앞에서 말했듯이)저자의 논리적인 분석 이후 이어지는 제언은 저자의 삶에서 경험했던 것을 기반으로 했기에 더욱 생생했다. 특별히 그 경험은 강물 흐르듯 다가오는 경험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예배의 회복을 목적으로 직접 부딪쳐본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과연 한국교회의 구조적 한계 내에서 이러한 도전을 어떤 목회자가 할 수 있을까? 물론 (중간에 저자 또한 인정했듯이)회복을 위한 개혁은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갈 동역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지만 말이다. 중간 중간에 어떠한 예전에 대한 저자의 제언은 충격적일만큼 신선하며 공동체 지향적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한국교회에서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직접 시도해보지 않았을 뿐 분명 의미 있으며 성경적이기 때문이다.
❸가장 박수를 치고 싶은 것은 기독교의 역사적 전통을 기반으로 이 시대의 문화를 아름답게 입히려 했다. 그것도 본질을 흐리지 않은 채 말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시대의 문화를 받아드리기보단 전통을 지키자는 주의이다. 조금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문화를 받아드림으로 기독교의 전통을 잃을 여지를 만들 필요가 과연 있을까? 생각하는 바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은 아무래도 멘토되시는 조 선교사님이나, 로이드 존스목사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본서를 다 읽고 난 지금도 기존의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저자가 제언했듯이 본질을 지키는 가운데 문화를 어느 선에서 옷 입힐 수 있을지 그 선에 대한 고민과 적용은 상당히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하는 제언들이 항상 전통을 전제로 문화에 대한 적용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더 본질적이며 전통적인 부분을 지키려 했다는 점에서 더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반드시 지킬 건 지키되,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예배됨’의 목적을 위해 조절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할 때 저자의 주장들은 그녀가 말하는 것과 실제 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정 부분 갭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주장했던 것보다는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예배를 보았을 때 일정부분 내어주었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는 지금 저자의 제언을 비판적이거나 비평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언하는 것과 현실에서 행해지는 것의 실제적인 갭 또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서를 다 읽고 정말 많은 유익을 누렸지만, 사실 아직도 ‘예배’를 두고 볼 때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저자가 슬퍼할지 모르겠다). 필자와 같은 독자들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했던 것인지, 저자 또한 강약을 조절하는 제언 속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기승전결이 없는 서평 속에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필자에게 있어 본서는 예배에 관해서 만큼은 감히 최고의 서적이라 자부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저자는 사역자로써 예배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실행, 끊임없는 노력과 질문을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아갔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기는 저자와 같은 교역자,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예배가 예배 될 수 있기를, 교회가 교회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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