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oulos
이성에서의 도피 본문
본서의 저자인 프란시스 쉐퍼(Francis August Schaffer IV, 1912-1984)는 복음주의 선교사이자 철학자, 강연자로 필라델피아의 루터교 가정에서 출생했다. 그는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에서 출발했지만 성경이 제시하는 충분한 답변만이 당시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 충분하게, 탄복할 만큼 만족하다고 확신하게 된 이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써 자기와 같은 입장에 있던 사람들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는데 일생을 헌신했다.
평소 변증학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필자가(물론 지금도 그 입장은 동일하다) 저자를 알게 된 것은 수업 중에 변증학에 대해 교수님께 물어봤던 터였다. “교수님, 변증학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어느 분의 책을 참고하면 좋을까요?” 한 질문이 결국 필자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된 것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그 질문을 한 것인지, 다만 분명한건 본서를 읽고 난 지금, 필자는 쉐퍼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것이다. 본서를 두고 필자는 이렇게 표현해보려 한다. “철학으로 된 피아노의 음계를 하나하나 배우는 것 같았다!”
필자는 본서에 대해 간략하게 나누려 한다. 첫 번째, (간략하지만)철학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철학자인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을 시작으로, 시대적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원화된 철학적 사상에 대해 논한다. 정말 친절하게 그 사상이 언제, 누구를 통해 처음 시작되었는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을 통해 어떠한 사상이 태동했는지 음계처럼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처럼 독자를 이끄는 저자의 리드는 철학에 대한 기본 베이스가 아주 옅은 필자 또한 쉽게 철학사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할 정도이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번째, 불가지론자가 직접 그리스도인이 된 만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변증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실 이는 필자의 성향 탓인가 싶기도 하다. 독서 또한 가슴을 뜨겁게 하는 부류의 서적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본서에는 저자는 자신이 철학자로써 아무리 ‘답’을 찾아도 찾아지지 않을 때 성경만이 유일하게 그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을 밝힌다. 그러니까 저자가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변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별히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간증과도 같은 최후의 변증은 왜 성경일 수밖에 없는 건지, 이성과 신앙이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철저하게 깨뜨릴 뿐 아니라 신자들로 하여금 불신자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잘못된 접근법에 대해 깨알 팁까지 선사해준다.
세 번째, 어떠한 한 가지 주제에 따른 변증이 아니라 철학 그 자체에 대한 변증이라는 점에 있어 국소적이지 않고 총체적이다. 본서는 기존에 있던 변증학 서적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변증학 서적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질법한 기독교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토대로 했다면, 본서는 인간의 사상을 연구하고 발전해 온 철학이라는 학문 안에서의 변증이기에 그 자체로 인간의 잘못된 사상을 반박함과 동시에 기독교의 진리성을 한꺼번에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가 변증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제한된 이성으로 기독교의 놀라운 진리를 다 말하려 하는 시도자체가 진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튼 본서는 국소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 식의 기존의 변증과는 다르게, 인간의 사상 그 자체를 논한다는 점에서 총체적이면서 진리를 격하시킨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마지막 네 번째, 기독교를 더 폭넓은 시각으로 보게 한다. 이는 ‘변증학적 시선’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필자가 사역자다보니 성경신학적으로 혹은 교리적으로 성경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습관처럼 되어왔다(그렇다고 이러한 시각이 결코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고정된 시각 안에서만 성경을 보려하는 습관에 빠져 있었는데, 본서는 그러한 시각을 잠시 탈피해 새로운 시각으로 성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존의 시선에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스킬’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매번 이러한 시각으로 성경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철학자 아니겠는가? 다만 한 번이라도 맛을 본 것과 아예 맛을 모르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필자는 그러한 점에 있어 개인적으로 높이 사는 것이다.
본서 마지막 장을 정독하며 필자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아마 필자도 생각지 못했던 기독교의 새로운 면을 맛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색다른 맛을 여기까지만 맛보기에는 아쉬운 만큼, 시리즈로 출판된 저자의 다른 서적을 탐닉하며 그 맛에 더 깊이 빠져봐야겠다. 이 탐닉은 단순히 나의 지적욕구충족이 아닌, 기독교의 깊고도 진한 진리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한 시도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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