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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27장 27-44절 본문

묵상

사도행전 27장 27-44절

텔레울로스 2018. 9. 17. 13:59

27. 열나흘째 되는 날 밤에 우리가 아드리아 바다에서 이리 저리 쫓겨가다가 자정쯤 되어 사공들이 어느 육지에 가까워지는 줄을 짐작하고

28. 물을 재어 보니 스무 길이 되고 조금 가다가 다시 재니 열다섯 길이라

29. 암초에 걸릴까 하여 고물로 닻 넷을 내리고 날이 새기를 고대하니라

30. 사공들이 도망하고자 하여 이물에서 닻을 내리는 체하고 거룻배를 바다에 내려 놓거늘

31. 바울이 백부장과 군인들에게 이르되 이 사람들이 배에 있지 아니하면 너희가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 하니

32. 이에 군인들이 거룻줄을 끊어 떼어 버리니라

33. 날이 새어 가매 바울이 여러 사람에게 음식 먹기를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먹지 못하고 주린 지가 오늘까지 열나흘인즉

34. 음식 먹기를 권하노니 이것이 너희의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 하고

35.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매

36. 그들도 다 안심하고 받아 먹으니

37. 배에 있는 우리의 수는 전부 이백칠십육 명이더라

38. 배부르게 먹고 밀을 바다에 버려 배를 가볍게 하였더니

39. 날이 새매 어느 땅인지 알지 못하나 경사진 해안으로 된 항만이 눈에 띄거늘 배를 거기에 들여다 댈 수 있는가 의논한 후

40.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리는 동시에 키를 풀어 늦추고 돛을 달고 바람에 맞추어 해안을 향하여 들어가다가

41. 두 물이 합하여 흐르는 곳을 만나 배를 걸매 이물은 부딪쳐 움직일 수 없이 붙고 고물은 큰 물결에 깨어져 가니

42. 군인들은 죄수가 헤엄쳐서 도망할까 하여 그들을 죽이는 것이 좋다 하였으나

43. 백부장이 바울을 구원하려 하여 그들의 뜻을 막고 헤엄칠 줄 아는 사람들을 명하여 물에 뛰어내려 먼저 육지에 나가게 하고

44. 그 남은 사람들은 널조각 혹은 배 물건에 의지하여 나가게 하니 마침내 사람들이 다 상륙하여 구조되니라 


앞선 말씀이 로마로 가는 항해를 넓은 시야에서 바라본 관점이었다면, 본문은 Zoom-in해 좁은 시야에서 바라본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별히 본문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시간별로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부분은 27-32절로, 14일째 되는 날 밤이라는 시간에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사공들은 배가 점차 육지에 가까워지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을 재보니 짐작은 현실이 되고 있던 것이다. 이에 그들은 안전함을 위해 다음 날까지 날이 새기만을 고대했다.

두 번째 부분은 33-38절로, 자정이 넘은 밤에서 날이 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벽녘 임에도 사람들은 먹지 못한 채 지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 같다. 이에 바울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며 먹고 힘내야 할 것을 권면했다. 이에 사람들은 바울의 말을 듣고 안심하여 받아먹었는데, 배부르게 먹고 난 이후 배의 침몰을 막기 위해 나머지 밀들을 배 밖으로 던졌다. 그들 나름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부분은 39-44절로, 이젠 날이 새어버렸다. 진즉에 육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사공들은 사람들과 의논 후 배를 최대한 육지 쪽에 정박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배를 가볍게 하여 바람으로 떠밀려가게 하려던 것이었다. 그들은 닻을 끊어 배까지 버리는 강수를 단행했다. 배는 깨지게 되었으나 다행이도 육지 가까운 곳에서 멈출 수 있었다. 이때 군인들은 죄수가 헤엄쳐 도망갈 것을 걱정해 죽이자고 제안했으나 백부장은 바울을 결코 죽일 수 없기에 반대했다. 그렇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바울의 말처럼, 하나님의 약속대로 모두 한 섬에 구조될 수 있었다.

 

앞서 우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했으며, 그 인간에게 구원의 약속이 주어졌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본문에서는 주어진 그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약속이 이루어지기까지 각자가 서 있는 지금이 어느 때인지, 그리고 그 때에 취해야 할 합당한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겠다. 먼저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들은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느 때인 것인가?”

누군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밤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밤을 통과하고 있는 새벽녘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밤을 통과해 안도하고 있는 아침일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어둔 밤 한 가운데 서 있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 밤중이 두려울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넘어 암울할 것이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제한적이다. 본문에서와 같이 단지 날이 밝아지게 될 것을 짐작하며 고대하는 것뿐이다(27, 29). 날이 밝아지게 될 것을 짐작한다는 것은 비록 밤일지라도 지금이 언제쯤인지 민감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깨어 있어야 그때에 맞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날이 새기를, 그러니까 밤이 지나 희망이 올 그 날을 계속해서 바라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것이 너무 수동적이라 실망했는가? 성경이 말하는 것이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지는가?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은 수동을 명하는 것이 아니라 무능력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하나님을 붙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무능력해 보이는 만큼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라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눈에 당장 취해야 할 액션이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액션이 없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다 잡으며 깨어있어야만 한다. 혹시 날이 새어가는 중에 있는가? 완전히 새기를 기다리는 것이 14, 아니 벌써 14개월, 그보다 더 긴 14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라고 생각하며 실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성경은 말한다. 다 안심하고 받아먹으라고(36). 우리의 인격적인 하나님께서는 마냥 기다리라고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기다리는 와중에 계속해서 우리가 받아먹을 것을 주고 계신다. 오늘 우리는 그것들을 은혜의 방편이라 부른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88번에 의하면 은혜의 방편이란 말씀과 기도, 성례를 말한다. 덧붙여 안심하고받아먹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동시에 한 가지 더 요구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배를 가볍게 하는 것이다(38). 안심하고 받아먹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먹은 후에도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진정 위험한 것은 완전한 밤이 아니라 밤을 넘어 새벽녘으로 가는 중에 있는 것이다. 자칫한 안도감과 배부름은 우리를 아침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밤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혹시 날이 새어 밝은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가? 우선적으로 감사한 상황이다. 어둔 밤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은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분명한 것이 있다. 진정 아침을 맞이한 자는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린 자라는 사실이다. 종종 착각하거나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자이면서도,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잘못된 정보 혹은 잘못된 신앙생활로 자신이 아침을 맞이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 삶은 여전히 밤이거나 혹은 새벽녘임에도 말이다(물론 불신자라면 이러한 질문조차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자들을 향해 성경은 말한다. 진정 아침을 맞이한 자는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린 자란 것을, 배를 떠난 자라는 것을. 즉 이 세상을 떠난 자라는 것을 말이다. 배를 떠난 자만이 새로운 섬이, 새로운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아침은 단순히 날이 밝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구조된 상태를 두고 진정 아침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44). 진정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 세상을.

 

이처럼 우리는 각각의 삶을 두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구속사적 관점에서 본문을 바라 볼 때,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때는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무너지고 예언된 구원자를 기다렸던 구약시대가 밤이었다면, 예수님께서 오심으로 인해 시작된 신약시대는 점차 밝아지고 있던 터였다. 지금도 신약시대의 한 때로 밝아지고 있는 중이다. 어둠이 물러가고 완전히 밝아지는 그 날은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는 바로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는 날이다. 완전히 밝아진 그때, 이미 약속된 우리의 구원은 완전히 성취된 형태로 우리가 취할 것이다. 우리는 죄악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죄성이 가득한 이 육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놀고먹고 마시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본문 마지막 절이 말하는 완전한 구조이다. 우리는 이 완전한 구조를 소망하며 오늘도 밤을, 새벽녘을, 아침을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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